오늘은 기쁜 날인 줄 알았어.
적어도 집에 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오늘, 나의 룸메이트인 시로가 눈을 감았어.
믿을 수 없어. 분명 아침까지나 해도 옆에 있었고, 밤에는 같이 잤는데..
냉장고 문을 열면 달려들던 모습이 생각나.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잘해주는 건데...이건 너무해.
나, 더 이상 동물을 키우지 못할 것 같아.
시로는 석남동 전체가 보이는 철마산 중턱에 묻혔어.
슬퍼.
외로운 나의 생활에 동반자가 되었던 녀석이었는데..
아무말도 없이 떠나다니..
아마도 죽기 직전에 날 찾았겠지? 아닐까?
아-시로 이야기는 그만 할거야.
혼자 살던 고등학생 시절 쓴 일기의 전문이다.
나에게는 아직 그날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며 느꼈던 공기의 느낌이 남아 있다.
움직이지 않던 시로(토끼)를 보며 들었던 이상한 감정도,
두 손으로 그 녀석을 집어 들었을 때의 감촉도 모두 남아 있다.
그날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울기도 했고,
산에 묻어준 후 집으로 오는 내내 울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길바닥에서 울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는데
이보다 더 어이없는건, 그 내용이 일기 어디에도 남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판단, 결론 그리고 단절의 내용만 있다. 감정은 없다.
지금도 그 날로 돌아가면 눈물이 쏟아지는데, 그 내용은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마지막에 나는 이렇게 감정을 닫은 것 같다.
'아-시로 이야기는 그만 할거야.'
부모님이 이혼할 때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길이고, 내가 개입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는 괜찮아요."
그 상황이 이해가 되니 괜찮다는 뜻이었지, 내 감정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감정을 느끼는 나와, 생각하고 표현하는 나는 늘 서로 다른 층에 있었다.
고교 학업을 종료하고 본가에 돌아갔을 때, 새어머니가 있었을 때도 그랬다.
"이해해요."
그날 이후 나는 감정을 닫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고, 거기서 멈추는 방식으로.
'아-가족 이야기는 그만 할거야'
그러고 나서는 매일같이 PC방으로 출근을 한 것 같다.
좋아서 간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나라는 시스템을 유지할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곳에는 생각하고 판단할 감정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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