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블록 장난감을 좋아했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 멋진 완성물을 보면 부럽기는 했지만, 그대로 따라 만들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대신 부수고 다시 조립하면서, 형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는 쪽이 더 재미있었다. 완성품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과정과 작동 방식이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장난감 자동차를 서로 부딪히게 하며, 충돌 각도에 따라 반발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 결국 부서진 장난감의 파편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 결과를 기억해 두고 같은 장난은 다시 하지 않았다. 한 번 본 결과는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서 지금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도, 화려한 장난감이 아니라 라디오 조립 키트였다. 조립을 완료하긴 했지만 정상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방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아했다. 책의 위치를 옮기고, 높이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서 공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장난감 총을 분해해 내부 구조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물론 명분은 화력 강화였지만, 실제로는 안쪽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기계와 시스템으로 옮겨갔다. 카세트테이프가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어 음악으로 변경 되는지, 곡을 스킵하면 왜 항상 곡의 앞부분에서 멈추는지 같은 사소한 원리들이 계속 궁금했다. 어느 날은 우연찮게 노멀과 메탈 테이프의 미세한 두께 차이를 손끝으로 인지하기도 했다.
‘8헤드’라는 비디오 용어가 이해되지 않아 실제로 기기를 열어본 적도 있고, 6데크 오디오의 뒷면 케이블 구조를 보고도 크게 어렵지 않게 이해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카세트를 분해했을 때의 기계적인 구조와, MD 플레이어를 분해했을 때 점점 전자화된 구조를 파악하고는 묘한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 눈으로 원리가 보이던 세계가 점점 블랙박스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런 성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스무 살 무렵 처음 컴퓨터를 조립했을 때도 큰 문제 없이 해결했고, 노트북 액정이 고장 났을 때는 패널만 따로 구매해 직접 교체했다. 맥북 프로나 아이폰을 분해해 청소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해 보기도 했고, 컴퓨터 튜닝에 깊이 빠져 원하는 부품만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듯 빌드하는 데에도 흥미를 느꼈다. 특히 심미적으로나, 소음 및 성능 같은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특별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고장 난 전자제품은 버리기 전에 한 번쯤 내부를 확인해 보는 습관이 남아 있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열어보지는 않는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물리적이거나 공간적인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쪽에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과거 회사에서 매장 오픈을 할 때, 필요한 구성 요소와 세팅을 혼자서 거의 다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차량 정비를 위해 리프트에 차를 올리면, 나는 자연스럽게 밑으로 들어가 내부 구조를 구경한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안쪽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기차의 보닛을 열었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익숙하게 이해하던 기계적 구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겉모습보다는 내부를 보려는 사람이었다.
결과보다 원인, 형태보다 구조, 기능보다 작동 방식을 먼저 보려 했던 셈이다. 그래서 어떤 것들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가 늘어날수록 불안과 거리감도 함께 커졌던 것 같다.

< 2022년 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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