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 개의 박스가 있다.
일기, 사진 그리고 편지.
이사를 할 때마다 버릴까 말까를 고민했지만,
아직까지는 모두 가지고 있다.
한때는 하나의 박스를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중에서 나는 사진을 포기하자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사진은 순간만 남기고,
일기와 편지는 시간이 남는다.
때때로 편지를 다시 읽다 보면,
그 문장을 쓴 사람이 그때의 시간에서 그대로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그 사람이 잠깐 만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박스를 자주 열어보는 편은 아니다.
그냥 그대로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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