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4

Black Diamond : 블랙다이아몬드

Black Diamond - Yoshiki중학교 3학년 시절의 어느 날, 나는 네 개의 카세트 테이프를 과외해주던 형을 통해 받게 되었다. X JAPAN이라는 밴드이고, 락을 좋아하던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준다고 했다. 세 장은 정규앨범이었고, 한 장은 스페셜 앨범 같은 느낌이었다. 그중 한 테이프에는 ‘Black Diamond / Yoshiki’라고만 적혀 있었고, 나는 솔로곡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진 이 곡은,처음부터 딱 내 취향을 건드리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이 곡을 끝까지 다 듣게 된 나는,마무리가 기존의 그들의 곡들과는 다르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 마지막 피아노가 거칠게 밀려오는 부분에서, 나는 그 소리가 낯설지 않았다.집에서 피아노를 치던 시절의 나 역시 비슷한 ..

음악이야기 2026.01.19

Last Carnival Piano Solo By Vikakim : 숨결

Last Carnival Piano Solo - Acoustic Cafe by Vikakim나는 커버 연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곡에서 표현되는 밀도나 공간, 음질보다 대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악기-피아노 커버의 경우 악기간의 온도 차이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연주자는 달랐다. 밀도, 공간, 음질 같은 요소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숨결은, 내가 이 곡에서 찾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조용히 이끌 때도, 강하게 밀어붙일 때도, 잠시 쉬어갈 때도, 그리고 마무리를 할 때도. 그녀의 연주는 언제나 필요한 만큼 쉬고, 필요한 만큼만 앞으로 나아간다. 더 밀지도, 덜 멈추지도 않는다. 박자를 잘 지킨다기보다는, 시간을 진실되게 사용하는 느낌이다. 이 연주자는 연주하는..

음악이야기 2026.01.16

Pathétique : 우아한 붕괴

Beethoven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Live - Lisitsa다가오는 비극에 그는,바닥을 기며 슬퍼하지 않고, 꼿꼿이 서서 정면을 바라본다. 어차피 무너져 내릴 것 이라면내 손으로 우아하고 절도있게 무너뜨리리라. 과정은 아름답게.그리고 그 끝은 과감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그 끝은 끝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차단되었다는 느낌에 가깝다.*발렌티나 리시차는 원곡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곡을 연주했다.나에게는 이곡이 '원곡'이다. *1악장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곡인데, 다른 사람들은 2악장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당황했다.

음악이야기 2026.01.14

Aerith's Theme : 마음이 열린 순간

Final Fantasy VII Remake - Aerith's Theme - Piano Version나는 보통 음악을 들을 때 특정 장면이 떠오르는 편이 아니다. 소리는 구조와 함께 공간이나 압력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이 곡은 예외다. 이 곡은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이상하게도 항상 처음 만났던 공사장이다. 만약 이 음악이 ‘희생’이라는 감정에 묶여 있다면, 마지막 라이프스트림 장면이 먼저 떠올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내가 떠올리는 것은, 공격성이 없고 안정적인 모습의 에어리스와 처음으로 마주했던 그 공간의 공기다. 아마도 그 순간, 내 마음이 처음으로 열렸던 것 같다. 이 음악은 슬픔보다 먼저, ‘열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이야기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