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行かないで

EXKI 2026. 7. 17. 16:36

行かないで - 玉置浩二

인간의 기억이란 알 수 없는 능력인 것 같다.


90년대 후반, 나는 주성치의 「007 북경특급」을 비디오로 보았다.
영화 후반부 주성치가 담배를 하나 물고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의 영화답게 어울리지도 않는 뜬금없는 장면이었지만, 그 곡의 멜로디만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아마도 이 기억이 이렇게 생생한 이유는 단지 그 곡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이후에 내가 한 행동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 곡의 제목을 알고 싶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PC통신을 통해 알아냈을 걸로 추정된다.


장학우가 부른 '이향난'이라는 정보를 알아냈고, 나는 내가 알던 레코드점을 전부 돌아다니며 장학우앨범 혹은 007북경특급의 OST 를 구하러 다녔다. 유명한 영화가 아니었는지 결국 CD를 구하지 못했고, 이 일화는 그렇게 종료가 되었다.

물론 살아오며 문득 그 곡이 생각났지만, 결정적으로 다시 액션을 취한건 2026년 어느날 이었다. Youtube를 통해 이향난을 검색한 나는 장학우가 부른 그 노래를 들으며 댓글을 확인했다. 중국어권의 많은 댓글이 달려있었고, 그 중 하나의 특이한 댓글을 발견했다.

"원곡은 따로 있다"

원곡이라고? 내가 듣던게 원곡이 아니란 말인가? 90년대 후반에 들었던 곡인데?
그리곤 玉置浩二(타마키코지)의 行かないで라는 곡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내가 오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 곡에서 느낀 이상한 감정때문이다.

나는 거의 40년을 넘게 음악을 듣고 있지만 '남성' 보컬이 들어간 노래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자 목소리가 들어간 곡이라곤 메탈이거나 락 장르가 거의 대부분일정도로 여성보컬 혹은 아예 보컬이 없는 곡들을 선호한다. 심지어 이런식으로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감명 깊게 들었던 멜로디 때문이었을까.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고,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가사가 쉬운 일본어 수준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어가 주는 뉘앙스와 그의 담담한 고백같은 노랫말이 내 가슴을 너무 깊게 끌어 내렸다. 1회 완전히 듣고는 엉엉울고 쇼크 상태가 되었는지, 며칠을 더 들어볼 생각을 못했다. 무서웠다.

약 일주일 후 다시 들었을때도 똑같은 경험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곡을 들을때마다 무슨 파블로스의 개 마냥 조건반사가 나타난다.


왜 눈물이 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사 내용이 아이처럼 맑은데 표현은 어른처럼 담담하게 해서 그런건지,
멜로디 때문인지,
일본어가 가진 뉘앙스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의 누군가를 떠올렸기 때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곡은 30년만에 나에게 다시 돌아와 -심지어 그것도 원곡으로- 그 때와는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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